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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먹고 사는 길을 함께 걷다 - 문화연계형 복지일자리 직무지도원 정은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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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부장복
조회 253회 작성일 21-05-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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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먹고 사는 길을 함께 걷다

문화연계형 복지일자리 직무지도원 정은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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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계형 복지일자리 직무지도원으로 함께해주는 정은혜 작가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은혜입니다. 순수미술 회화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복지관이나 다른 곳에서 창작수업을 합니다. 다른 예술가나 소상공인과 협업하는 활동도 계속하고 있어요.

 


틈사이로와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을가요?


2018년에도 소상공인이랑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사회적기업 이풀약초협동조합(이하 이풀)이랑 매칭이 됐어요. 장애인이 같이 일 하는 시스템이었죠. 보통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단순 디자인 작업이 아니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시에 이풀에서 같이 일하는 발달장애인분들과 워크샵을 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분들이 이풀에서 키우고 판매하는 약초를 그리고 그 그림을 상품이랑 같이 펀딩으로 판매했죠. 각자 자기 이름을 건 12종의 엽서, 아트북 형태의 굿즈가 나와서 다 팔렸어요. 이풀 쪽에서는 처음에 이걸 왜 하지?’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막상 하니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셨는지 계속 작업하고 싶어 하셨죠. 2019년에 연락이와서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랑 연결이 됐는데 거기의 창작자 분들이랑 지난번의 워크샵을 해보자고 제안 주셨어요. 그 때 처음 틈사이로를 만났죠. 그 워크샵을 계기로 19년에는 두 달 정도 임시강사를 하고, 2020년에 정식으로 같이 수업을 하게 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면?


서울혁신파크 참여동에 중정처럼 사계절의 정원이라는 데가 있어요. 나무에 꽃은 다 떨어지고 나뭇잎만 새파랗게 있었을 때였고, 날씨도 너무 좋았고, 창작자 분은 한 6-7명 이렇게 오셨는데 집중해서 너무 잘하셨어요. 근데 그때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이 흔하지 않다는 거예요. 저는 처음만난 분들이고 해서 그렇게 공감이 안됐었거든요. 나중에 일상의 모습을 보고 나니 그때 굉장히 훌륭한 날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간이라던지, 공간이라던지, 계절이라던지, 그 모여 있는 사람들이라던지. 다 끝나고 차도 한잔 마시고. 그냥 전체적으로 모든 것들이 되게 완벽한 느낌이었어요. 문득문득 그때가 되게 생각나요. 그 중정을 떠올리면 천국에 가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장애가 있는 사람도 있고 비장애인인 사람들도 있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다 어우러져 있잖아요. 그러면서 다 행복해 하고 있는 거 같고, 뭔가 자연을 누리고 있는 거 같고, 다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분위기.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거예요. 공간이 주는 힘이 있잖아요. 창작자분들이 그렇게 집중하고 몰두했던 이유도 공간이 주는 힘에 계절, 시간 이런 모든 합이 너무 좋아서 거기 빠져들어서 작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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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님, 이준승 님과 같이 그림 그리는 모습


함께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예술, 어떤가요?

 

처음에 당사자분들 만나기 전에 이풀 이사장님께 어느 정도 나이로 생각하면 되냐이런 질문을 했었어요. 조카가 있고 해서 쉽게 생각했죠. 근데 수업을 하고 나서 그 나이랑 비교하는 게 아니구나. 그거랑은 다른 거구나.’ 라는 생각이 첫 날에 딱 들었어요. 처음에는 잘 몰라서 약간 힘들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진짜 아주 잠깐이었어요. 그림도 처음에는 그냥 정말 어린 아이들 그림 같았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각자의 색이 뚜렷하게 보이는 거예요. 어쩜 이런 그림을 그리지? 하고 오히려 제가 그 매력에 더 빠졌어요. 작가들도 나만의 색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해요. 다들. 근데 이 분들을 그림에서는 색이 너무 뚜렷하게 보이니까 멋지고 흥미로웠죠.

 


복지일자리에 참여하는 두 분의 그림을 소개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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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님이 그린 공룡들과 팬지 꽃 

승준 씨는 원래 공룡 그리는 거 엄청 좋아하시는 분이에요. 근데 저는 승준 씨가 대담하게 드로잉 하는 느낌의 정물화 그림에 되게 마음이 끌렸거든요. 고민인 거는 공룡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거를 또 놓치기는 아쉽잖아요. 다른 소재를 그리고 하는 거 싫어한다 그러면 이제 그걸 굳이 할 필요는 없는데. 그런 건 또 아니거든요. 워낙에 승준 씨는 뭘 얘기해도 다 좋다고 그러세요. 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막상 새로운 소재를 찾아주면 잘 그리시고요. 예전에 오늘은 꽃 그린다고 했을 때 승준이가 '꽃 하면 저죠' 이런 얘기도 갑자기 하셨어요. 요즘 월요일에 같이 작업할 때는 공룡도 그리고 남은 시간에 식물도 그리고 이렇게 하거든요. 나중에 식물 드로잉북 같은 거나, 공룡에 대한 책을 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중에 흔한 책 말고 뭔가 승준 씨만의 어떤 책을 내는 걸 목적으로 해도 뜻깊은 작업일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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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승 님이 그린 버스, 나무와 사람과 버스 그림 


준승 씨 그림은 너무 좋아요. 너무 독특해요. 그냥 얼핏 보면 어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인 거 같은 느낌이 있죠.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그림을 계속 그린다는 건 굉장한 매력일 수 있거든요. 피카소 같은 경우도 어린 아이의 마음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평생을 계속 연구하고 작업하고 그랬거든요. 그런 면에서 준승 씨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굉장한 매력이 있는 사람인거죠. 물체를 보거나 어떤 사물을 볼 때도 전혀 예상하지 않은 형태를 그리고, 선이 하나도 같은 선이 없잖아요. 어디서 형식적으로 배운 선이 아니라 제각기 감정이 다 드러나는 선이죠.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 달란트가 있으신 거 같아요.

 

 

직업으로서 발달장애인의 예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직무지도원으로 연대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일단 그림으로 먹고 사는 상황이잖아요. 직업으로 월급을 받고 그림 그리는 작업 하는 게 인거죠. 선진국에서나 있을법한 이런 일이 실행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었어요. 되게 반갑기도 하고 좋았어요. 자기한테 있는 달란트를 활용해서 일로서 보수를 받는 자체를 시도하는 거잖아요. 모든 사람이 직업이라고 끄덕하고 인정할 수 있게 자리 잡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거 같긴 해요. 직업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면 어떤 식으로 활동을 할지 방향성을 잡고 계속 업그레이드 하려는 노력이 있는데. 발달장애 당사자 분들은 그게 좀 힘들잖아요. 누군가가 옆에서 계속 어느 정도 리드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순 없잖아요. 계속 반복되지만 그래도 계속 해야 하는 일이고. ‘1년 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그래야 되지 않나생각하지만 그게 절대 아니잖아요. 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조금 조금씩 변화되는 걸 부모님이나 복지관 선생님들은 그런 일을 경험 하셨고 그런 경험담을 제가 들으니까 그런 게 분명히 있구나, 그렇게 해야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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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지도 하는 상황은 저도 좀 고민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수업이랑은 좀 다른 거 같은데 시간으로 봤을 때는 수업보다 더 많고. 애매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근데 해야 되겠다고 결심한 건 한 분, 한 분만의 색을 찾고 단계가 나아가고 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거 같아요. 여러 사람과 그룹으로 하다보면 좀 어려움이 있거든요. 두 명만 하면 거의 맨투맨처럼 할 수 있겠다. 정말 좀 더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의문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이 분들이 글도 많이 적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계획이 되었든 아니면 그림을 그리고 나서의 느낀 점이나 그 다음 방향을 기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제는 준승 씨가 저한테 '더 재미난 사람을 그렸다', '그림 그리는 맛이 생겼다'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런 말들도 누군가 캐치해서 기록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작가들도 작업 노트라는 거를 계속해서 쓰거든요. 나중에 다시 안 읽더라도 내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있죠. 그러면 확실히 작업을 시작할 때 마음가짐이랑 어떤 거를 그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빨리 생겨요.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잘 정리되고요. 우리가 그 생각을 다 기억하고 알 수 없으니 아카이빙으로서도 의미 있고, 하나의 직업으로서의 작업 과정에 체계가 잡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의 마무리작가님은 창작자분들의 생각이나 말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그러면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기가 수월해진다면서 말이죠이번의 이 인터뷰 과정이 창작자 분들과 연대하는 일에 관한 작가님의 방향과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길 바랍니다조금 더 욕심내자면 앞으로 함께하시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기를 바라봅니다. 



복지관에서는 그동안 장애당사자의 창작활동이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왔습니다발달장애청년 창작예술그룹 틈사이로’ 참여자들이 사회적기업과 연계되는 취업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2020년에는 서울시의 권리중심 일자리사업 시범운영 과정에서 문화예술활동과 같이 장애당사자의 주체적인 활동이 일로 인정되기 시작했죠그래서 서부에서는 직업과 문화를 한 팀에서 고민하며 도전을 만들어가고자 직업문화팀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