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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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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부일꾼
  • 16-12-29 17:52
  • 1,599회
  •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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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홈헬퍼 이춘선 선생님과 김영자 어머님
 
인터뷰 · 정리 : 지역참여팀 손단비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긴장한 듯 무뚝뚝하게 앉아계신 김영자 어머님
어머님 쪽으로 몸이 45도는 돌아가 있는 푸근한 미소의 이춘선 선생님
 
홈헬퍼 사업이 인연이 되어 무려 9년을 함께하셨다는 두 분은 그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으로 반겨주셨습니다.
 
 
 친자매 같은, 그보다 더 가까운 
 
 
10살 차이이라는 두 사람. 너무 오랫동안 만나서 오히려 가족보다도 더 많이 만났습니다. 김영자 님은 어려서부터 엄마와 지낸 시간도 많지 않아 누군가와 이렇다 저렇다 아웅다웅 한 것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제게는 마치 엄마 같고. 저는 언니가 없으니까 엄마 같이 언니 같이 그랬죠. 선생님은 기라 그러고 저는 아니라고 그러고 서로 우기고 그렇게 진짜 자매같이 했었어요. 엄마랑도 같이 못 지냈고 하다 보니 선생님이 뭘 가르쳐주면 제가 꼬박꼬박 아니라고 우기고 그랬어요.”
 
 
서로 의지하고 기대며 복덩이 같은 김영자 님의 세 자녀들도 다 같이 키웠습니다. 처음엔 시종 말도 없었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수줍은 많은 아이들. 함께한 시간만큼 정도 들었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이 집 식구들이 정말 다들 반응이 없었어요. 어머니는 물론이고 애들도. 첫째도 정말 말이 없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학교 끝나고 애들 데리러 가면 참 예쁘게 씩 웃어요. 그게 인사예요. 그럴 때 너무 이뻐요. 조금 더 지나서는 ’선생님‘하며 달려오기도 하고. 그게 되게 기뻤고 보람 있고 그랬어요.”
 
“어느 날은 둘째 아이가 갑자기 비밀얘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말해봐라 그랬더니 엄마한테도 말하면 안 되고 다 꼽아요. 누구한테 말하면 안 된다. 그러더니 사실은 선생님을 사랑한대요. 너무 귀엽더라고요. 그거를 9년간 우려먹었죠. 말을 안 듣고 그러면 ‘너- 사랑한다면서~ 왜 변했니? 선생님이 마음이 아프면 넌 좋으니?’ 이렇게.”
 
이춘선 선생님이 쓴 동화 시작 일부김영자님 자녀분들이 그려준 그림
이춘선 선생님이 쓴 동화에 아이들이 그려준 그림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 
 
 
누구나가 그렇듯,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부터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좋은 마음으로 제안해도 부딪히는 일들만 늘어갔습니다. 그렇게 달랐던 것들을 맞춰가며 이해하고 익숙해졌습니다.
 
 
“선생님은 정리할 때 뭐든지 저 꼭대기에 올리세요. 뭐든지 하늘에 올라가 있어요. 그 애들이 제가 없을 때 만약에 뭘 내리다가 넘어지면 어떻게 해요. 선생님은 애들(자녀들)이 크잖아요. 서른 살씩 먹었으니까 키도 크고. 저는 애들이 작아서 물건을 내리기 힘드니까 그런거거든요. 애들은 그리고 땅바닥에서 찾지 위에 있으리라곤 생각도 안 해요. 큰 아이가 하는 말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찾아야 되나’ 그러던데요. 높은데다 다 올려두니까. ‘맨날 땅바닥만 찾는데 꼭대기를 찾으려니까 힘들어 죽겠대. 그러다보니 선생님은 올리고 저는 내리고. 결국은 만날 방바닥으로 하나 가득되죠.”
 
“아니 죄 밑에 있으니까~. 책은 책이다 싶으니 책장에 놓고, 반짇고리 같은 거는 장 위에 올려놓으면 일단 정돈이 되니까요. 집에서는 바닥에 뭐 거치적거리게 안 해놓거든요. 그러니까 그 습관으로 올려놓는 거죠.”
 
 
“한 번은 어머님이 이렇게 깊은 선풍기 박스를 세워서 쌓아두니까 뭐 하나 꺼낼라면 전부 다 꺼내야 되는거예요. 그래서 박스를 가로로 놓고 한 눈에 보이게 정리를 했어요. 내가 보기엔 너무 좋거든요. 서랍 열면 양말이 쫘르륵 팬티가 쫘르륵. 너무 잘 쓰겠지 했는데 다음날 다 뒤집어져 있는 거예요. 완전 도루묵으로. 다른 거는 정리하라고 해도 안하시면서 구지 정리된 건 뒤집어 놓으셨나 싶었어요.”
 
“저는 안해봐서 모르니까는.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한다 그러고 선생님은 저렇게 하면 좋다 그러고. 선생님은 하기 좋게 해준다고 그랬는데 저는 안해봤으니까...”
 
“그런 날은 제가 돌아가면서 생각을 해보죠. 내가 뭘 놓쳤나. 뭐가 잘못됐나. 어쨌든 자기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데 내 방식만 옳다고 하면은 이렇구나. 하고 결론이 났어요.”
 
 
 포도와 놀부의 만남 
 
 
사람 사이 관계에서 함께한 시간을 이길 힘이 있을까요?
긴 세월을 함께한 두 분은 이제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저도 성질이 급하고 선생님도 성질이 급하거든요. 제 말을 하려고하면 어떤 건지 생각이 안 나잖아요. 생각이 안 나면 빨리 해야 되니까 이거, 이거, 이거 하다가 보면 커져가지고 요만한 게 이만하게 되요. 이거 붙이고 저거 붙이고 무슨 포도송이처럼 쭉 붙어요. 전화할 때도 그래요. 그래서 뭐 한 개 물어봐야지 하면 선생님이 급해가지고 이거, 이거, 이거 마아악 이렇게 해요. 뭐 아무것도 해결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가 울었다가 별 거 다 했죠.”
 
“모든- 이 가정에 연결된 기관만 5-6개 되요. 그러니까 저는 어머님이 전화하셔서 ‘그거요. 이렇게 해요.’ 그러면 ‘그거’는 뭔가 빨리 생각을 해야 되는거예요. 최근에도 전화하셨거든요. 뭘 신청해야하는데 어머니도 정확하게 구청인지, 복지관인지 모르고, 나도 그렇죠. 그러니까요 ‘우리 첫째가요.’ 이렇게 나오면 어딘가 싶어서 드림스타트요? 마포구청이요? 이렇게 내가 미리 얘기를 하죠. 그렇게 얘기하면 성질을 빡 내세요. ‘그게 아니고!’ 이러고. 어머니는 답답한거예요. 딱 그 얘기 안하고 딴 얘기 하니까.”
 
“맞아요. 제가 소리 막 지를 때 있어요. 아니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얘기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이전에는 사람들이 저한테 ‘놀부 띠’라고 했어요. ‘놀부 띠’래요 제가.
 
“어머님이 가끔 정말 욱! 하실 때 있는데 그러면 저도 같이 욱! 하기도 하죠. 진짜 눈물 날 때도 있어요. 길에서 같이 가면서 이야기하다가도 맞지 않는다 싶으면 막 소리를 지르세요. 누가 보면 제가 막 혼난다고 생각할거예요.”
 
 
9년이나 이어진 비결을 묻자 이춘선 선생님은 김영자 어머님이 많이 이해해주신 덕분이라 하셨고, 김영자 어머님은 이춘선 선생님이 우시던 때를 떠올립니다. 오고가는 이야기 속에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깊은 정이 묻어납니다.
 
 
”한번은 얘기를 했어요. 어머니 제가 좋은 생각이 있다 해도 이렇게 버럭 화를 내시면 말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랬더니 어머님이 딱 인정을 하시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약간 미안했어요, 그렇게 화낼 건 아닌데 좀 그랬어요’ 하는 말을 해서 너무 고마웠어요.”
 
“뭘 하다가 이제 안 맞아서 우시게 될 때 있어요. 그러면 이제 제가 그랬어요. 음... 막내니까 울었나보다 그랬어요. 저도 막내거든요 저희 집에서는요. 근데 저는 그렇게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선생님은 늦게 낳고 그러셔서 아빠가 예뻐하고 그러셨다 그랬잖아요. 그래서 선생님 생각은 이렇게 하고 싶은데 제가 아니라 그러니까 우시나보다-. 그랬죠.”
 
“어머님이 상대방을 참 많이 생각해주세요. 마음이 참 예뻐요. 속이 안 좋았던 날이 있는데 그게 티가 났던 모양이에요. 소리가 없어서 보니 어머님이 없어지셨더라고요. 어디 가셨나 했는데 약을 사다 내미셨어요. 그럴 때 참 감동을 많이 받죠.”
 
 
환하게 웃고 있는 이춘선, 김영자 님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 
 
 
지난 10월, 막내가 만 12세가 되던 생일. 9년이나 이어진 홈헬퍼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어머님은 본인과 둘째 아이의 장애로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선생님은 또 다른 가정을 만나 홈헬퍼로 일하고 있습니다.
 
 
“끝이 끝이 아니예요. 아마 계속 그렇게 갈 것 같아요. 9년이 지나고 이제 끝이 아니라 진짜 자매지간 같이. 요즘도 맨날 뭘 물을 거 있으면 전화해서 ‘여부세요. 전화 받으실 수 있어요 없어요’ 하니까”
 
“선생님도 여자시니까 집서 뭘 해야 될 것 아니에요. 그리고 저한테만 전화가 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도 올거고. 그러니까 뭘 할 시간이 없겠어요. 가만히 보면”
 
“이것 봐요. 참 이해를 잘 해주죠. 그런 게 있어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근황 토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웃으며 반겨줬을 때’가 가장 기뻤다는 이춘선 선생님과
‘선생님이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김영자 어머님.
 
항상 고맙고, 더 못해줘서 미안하고,
가끔은 밉지만 아플까 마음 쓰는 그 모습이 영락없는 자매 같습니다.
 
어쩌면 두 사람의 인연은 이제 진짜 시작 아닐까요?
 
 

댓글목록

김미연님의 댓글

  • 김미연
아이들이 두분과 함께 행복하게 건강하게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